세상에 온갖 SNS에서 난무하는 리뷰들 중에 가끔 눈에 밝히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김동률이 소개하는 책이나 노래는 함부로 넘기지 못하는 리뷰 중에 하나이다. 루시드폴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고, 어제부터 '바람 같은 노래를'만 죽도록 듣고 있던 지라 그의 리뷰가 더욱 와닿았는 지도.
온갖 좋은 말만 다 끼워맞춘 리뷰가 아닌, 잡지 속의 핫한 단어만 골라 쓴 인스턴트 리뷰가 아닌, 그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그 만의 리뷰.
왠지 나도 이 앨범 하나로 올 가을은 누구보다 거뜬히 날 수 있겠다는 기분마저 든다.
진실로 다가오는 말들은 무엇일까.
'말'이 많은 세상에서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은 무엇일까.
제니퍼소프트의 채용 공고 글.
- 서류전형 : ‘오로지 자신의 삶과 의식을 담은 한국어로 작성된 두가지 논술 과제’를 제출하시면 됩니다.
논술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떻게 살 것인가( A4, 10매 이하)
2. 내 재능과 경험에 대한 비평과 발산( A4, 5매 이하)
그들이 내민 논술 주제와 그들이 피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읽고 있노라면, 채용을 담당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이 시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채용문화를 조금이라도 바꾸려는 시도, '내면적 힘'을 가진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는 바람.
글로써 나타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마음이 보인다고 할까.
뭐 내가 함부로 결론을 낼 수 없는 질문을 던진 것 같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말을 만들어내는 직업임에 매일 내가 쓰는 글의 '진정성'에 대해 고민이 되는 요즘이다.
"아무나 글을 쓰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주워온 지식들로 길고 긴 논리를 편다. 천직의 고행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목소리들이,
무거운 말들이 도처에 가득하고, 숱하고 낯선 이름들이 글과 사색의 평등을 외치며 진열된다. 정성스러운 종이 위에 말 없는 장인이 깎은
고결한 활자들이 조심스럽게 찍히던 시대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떠나왔는가?"
장그르니에 '섬'을 번역한 김화영 작가의 '글의 침묵'의 한 부분이다. 그의 글로 내용을 마무리해도 될까.
쉽게 씌여진 말들 속에 파묻혀 사는 요즘, 나부터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좀 더 깊이 고민해야 겠다는 생각.
내 생각을 일방적으로 싸지르는 것이 아니라, 천직의 고행까지는 아니지만, '진실'과 '시간'을 들인 생각을 조심스럽게 써야겠다.
아, 아침부터 밤이구나. 이것은 다 루시드폴 때문인 걸로. 심지어 앨범 타이틀히 '꽃은 말이 없다' 이구나. 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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