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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인생수첩/하루에 한장면

02. 우리가 보고 사는 것들



그 날은 그랬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를 걷고 있는 지금의 계절에서 조금은 후한 날씨가 저녁에 주어졌다. 테라스에 한 켠을 차지하고 앉아도 괜찮을 만큼 좋은 공기가 뺨을 스치는 그런 날씨였다. 스톨홀름 주방에서는 와인을 가득 붓고, 이름 모를 약초와 과일로 뱅쇼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 찼으며, 모두 따뜻한 뱅쇼를 한 모금씩 목구멍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야외에 자리잡은 우리도 얼른 뱅쇼를 입에 밀어넣었다. 따뜻했고, 진했다. 아코디언을 든 승호씨는 미드나잇인파리의 OST를 들려주었다. 오늘 이기에 가능한 '지금'을 즐기는 순간. 난 내가 보고 사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하루 종일 보는 것들, 만나는 사람, 읽는 글, 듣는 음악. 모든 것이 나라는 인간을 한 층 한 층 쌓을 텐데, 난 무엇을 보며 살아가는가. 그 공간의 그들은 삶의 우아함을 아는 이들이었다. 멋지게 차려입고, 비싼 술을 시켜 기분 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오랫동안 우려낸 방쇼 한 잔에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그런 이들이었다. 상수 골목은 어느 새 이런 느낌을 아는 이들이 다 모여드는 것 같다.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 가는, 즉 어떤 것을 보고 사는 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