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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햇 스페셜/위태롭지만/위트로운삶

2. 나의 her, 너의 her, 우리 모두의 her.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분들이라면, 당장 이창을 닫고 나가세요. 그리고 영화를 보세요.

한번 보고, 두번보시고, 세번을 봐도 좋을 영화라고 자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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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어서

어디서부터 적어야 할지, 뭘 적어야할지 모르겠지만 

위트로운삶 오늘의 이야기는 올해의 가장 독창적 로맨스 'her'

 


영화의 메인이 되어버린 'The moon song' 을 재생 하시며 함께 영화 her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시죠.

 

  

1.현재를 사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10년전쯤 나왔다면 이런 울림은 없었을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게 말이라도 된단 말이가.

아마 과거에 이 영화가 나왔다면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이 찌질이 변태 정도의 캐릭터로 그려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영화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 휴대폰과 컴퓨터.

 

주인공 테오도르 처럼 입 밖으로 소리내지 않을 뿐이지, 우리는 내손안에 작은 휴대기기와 많은 소통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는 휴대폰이 누군가와 나를 연결해주는 편리한 기계일뿐이지만, 이 기계가 영화에서 보여준 정도의 수준급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면 우리는 누구든 '테오로드'가 될수 있을것이다.

 

 

2. <Her>의 남자, 테오도르  

 

그의 직업은 남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이다.

홀로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아 누군가의 감정을 만들어 내어 편지를 써야 하는 고독한 직업이다.

그는 대필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달해보지 못한 남자다.

 

전망 좋은 그의 오피스텔은 오히려 그를 외롭게 하는 배경일뿐.

그는 분명 외롭다.

     

영화의 주인공인 테오도르는 왠지 모르게 나와 혹은 당신과 닮아 있다

    

3. <Her>이 알려주는 소통의 사랑

 

그녀를 알기전과 후의 그의 모습은 다르다.

우선 그녀를 알기전의 테오도르의 일상 모습은 이러했다.

 

 

그리고 그녀와 연인이 된후의 그의 모습은 이렇다.

늘 왼쪽 가슴엔 그녀와 함께한다. 그녀가 세상을 볼수 있도록 주머니 아랫쪽에 옷핀을 꽂아주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오른쪽 귀엔 그녀와 소통할수 있는 이어폰을 장착하고 있으며, 혼자 있지만 미소를 잃지 않는다.
제 삼자가 보기엔 그는 홀로 서 있는것 같지만 그는 늘 그녀와 함께다.

처음엔 불가능할것 같았던 사랑이었지만, 커플동반 여행도 가고, 바다도 보러가며 심지어 섹스도 즐긴다.
육체 없는 그녀랑 어떻게 라고 의심했던 나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가 그려질 정도로
그둘은 모든걸 공유하고, 소통하며 사랑을 나눈다.

이쯤되면 OS와의 사랑? 아 이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겠구나 싶다.

함께 있어도 솔직하게 소통하지 못해 헤어지는 많은 연인들 보다 이둘의 관계는 훨씬 심플하고 진솔하다.
모든 감각들을 배제하고  오직 정신으로만 소통하는 사이니깐, 그 깊이는 더 깊을수도 있겠다.

게다가 내 모든걸 알아서 분석하고, 그에 맞게 행동해주는 그녀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환타지의 집합체일수도 있다.

3. <Her>의 그녀들

 

영화 <her>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얼굴을 볼수 없지만, 서운해 하지 않아도 될만큼 매력적인 그녀들이 나온다. 

 

한명은 그의 절친 에이미 아담스.

 

 

극중 그녀는 남편과 이혼을 하게 된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낸 남편과 헤어지게 된 일은 정말 사소한 다툼이다.

신발정리에 관한 다툼인데 늘 정해진 자리에 신발을 벗어두기 원하는 남편과 그렇지 못한 에이미는 말싸움을 하고

에이미는 자신이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남편은 넌 아무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대사는

"그는 내가 노력하는 방법까지 컨트롤 하려 하고 있었어" 였다.

 

나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방이 틀린걸까. 아니면 상대방에게 전혀 차지 않는 정도의 노력을 하고있는 내가 틀린걸까.

이건 정말 인류가 풀수없는 영원한 숙제일지도  T..T (급 감정이입!)

 

 

또 한명의 그녀는 극중 테오도르와 이혼절차를 밟고 있는 부인 캐서린.

둘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연애를 하고, 서로의 글을 읽어주며 영향을 주며 함께 성장한 사이다.

그에게도 그녀에게도 이 헤어짐은 쉬울수 없다.

 

서류에 도장을 찍으러 만나는 마지막 자리에서도 그는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

심지어 새로만나는 연인이 'OS' 라는걸 밝히는 순간, 캐서린은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넌 내가 그렇게 순종적이길 바랬지' 이런 종류의 말을 남기고는 떠난다.

 

 

 

4. I'm yours and I'm not yours

 

사랑의 시작은 함께였으나 끝은 함께일수 없는 이 관계는

저 문장 하나로도 충분히 설명히 될것 같다.

 

인공지능이기에 그와 대화하는 동시에도 몇천명의 다른 사람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만다.

너 내꺼 맞아라는 테오도르의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I'm yours and I'm not yours 로 돌아온다.

 

어쩌면 테오도르는 현실에서 상대방을 자신의것으로 만들지 못한 갈증을 OS라는 잘 맞춰진 프로그램으로 만족하고 안주했지만, 

OS역시 인공지능이기때문에 절대 나만의 것이 될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것을 깨닫는다.

 

 

우리나라 극장에서는 <Her>을 <그녀>라고 부르지만,

이 영화가 <She>가 아닌 <Her>이 될수 밖에 없었던 해석은 다양하게 가능하다.

 

테오도르가 그녀를 1인칭 시점인 she로 보지 않고, 

자신에게 맞춰주는 3인칭 시점의 그녀를 생각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혹은 '관계' 의 중요성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Her>이란 단어를 썼을수도 있다.

 

 

사만다를 떠나보내고 그는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캐서린에게 보낸다.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해, 내 마음 속에는 네가 한 조각 있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네가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낼게 
 난 언제까지나 네 친구야"

어쩌면 유치찬란한 SF 로맨스 소설에나 등장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던 인공지능과의 사랑이
이렇게나 큰 공감을 얻어낸것은 그의 Her이 언젠가는 나의 her, 우리 모두의 her이 될날이 얼마남지 않아서일지도. 

 

 

+) 영화 뒷 이야기

 

컴퓨터 OS 사만다는 이름도 섹시하지만, 목소리도 섹시하다.

허스키한 보이스의 주인공은 스칼렛요한슨.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영화에서 강한 존재감을 준 이 언니.

뭘 먹으면 목소리까지 섹시해지나.

 

 

 

콧수염난 아저씨가 글레디에이터에서의 비열한(?) 왕인지,

나만 몰랐네 몰랐네.  

그때도 아련아련한 눈빛 연기덕분에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연민을 부르더니.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 연기의 절정은 <Her> 에서 확인하시면 되겠다.

최고의 조연상
영화 <슈렉>에서 슈렉보다 인기 좋았던 '장화신은 고양이'를 기억하는가. 몇장면 안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는 잊지 못할것이다. 찰지게 'fucking'을 외치는 이 녀석의 목소리를 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직접 연기 했다는점이 포인트.